모처럼 여유가 생긴 주말, 매년 새해마다 결심하는 '책장파먹기' 계획을 위해 책장 속 책들의 정리를 시작했다. ( 물론 끝내지는 못하고 있다. 일년 프로젝트가 될런지도.. )
남들이 보면 정신없어 보이는 책장들이지만 그동안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구획을 분리해놓긴 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만 모아놓는 곳이라던가, 읽으려고 모아둔 책들의 구획, 다 읽고 리뷰를 쓰려고 책을 쌓아둔 영역, 새로 도착한 책들이 꽂히는 곳 등. 판형이 정말 다양한 그림책 책장과 일반 책들의 책장이 분리된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그런데 작년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동안 책들이 다 엉켜버린 것이다. 급한대로 비는 곳에 꽂아두었더니 책을 찾을 . 수 없게 되어버린 것. 사실 이전에도 종종 있던 일이라 지인들과는 '책 발굴' 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그건 대부분 책등의 제목을 확인할 수 없는 얇은 페이퍼백의 경우였다.
아무튼, 책장을 정리하는 중에 S 에게 선물 받은 그림책이 눈에 띄였다.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다. 문득 4년째 블로그에 임시저장되어 완성되지 못한 그림책도 떠올랐다. 『New York Melody』 다.
오~ 뉴욕. 책장 정리를 때려치우고, 두 권의 그림책을 펼쳐들었다. ( 결국은 쉴 핑계가 필요했던 나란 인간... )
미국 동부에 위치한 도시, 뉴욕에 관한 음악과 글, 영화 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음. 최근 만난 작품속의 뉴욕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의 배경인 뉴욕주 롱아일랜드라던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행성』 에서는 고양이들이 쥐들이 없는 세상을 찾아 파리에서 뉴욕으로 떠나는 장면이려나.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인 만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공존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떠올리는 뉴욕은 저마다 다르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치솟은 건물들과 사람들로 북적이는 교차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너나없이 즐기는 베이글과 피자, 화려한 전광판과 네온사인, 아름다운 야경,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사람들까지.' (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온라인 책 소개 중 발췌 )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속에는 뉴욕을 대표하는 명소들과 인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나레이터인 '나' 가 누구일지 찾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보니 마지막 페이지에 정체를 드러내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한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뉴욕의 명물들에 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어 지식정보그림책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책 속에는 베이글, 크라이슬러빌딩, 타임스 스퀘어, 덤보, 제인의 회전목마, 벼룩시장, 뉴욕 공립 도서관, 자연사 박물관, 센트럴 파크, 뉴욕 현대 미술관(MoMA), 플랫아이언 빌딩 등이 숨어있다. 인물로는 엘비스 프레슬리, 스티븐 스필버그, 앤디 워홀, 빌 게이츠 등이 등장한다.
각각의 소재만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그림책들이 많지만 우선 페이지 속의 크라이슬러 빌딩을 주목했다. 나는 늘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헷갈리고는 한다. '영화에서 킹콩이 올라갔던 것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지? 고질라에서 파괴된 건물은 크라이슬러 빌딩이고? 그런데 어떤 모양이더라?' 라는 식이다.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에서는 크라이슬러 빌딩이 나오고 『New York Melody』 의 표지에는 . 두건물이 모두 등장한다.
『New York Melody』 는 엘렌 드뤼베르(Helene Druvert) 의 페이퍼 컷팅 그림책이다.
개인적으로 페이퍼 컷팅 그림책은 빛에 비추어 그림자와 함께 감상하는 것을 즐기게 된다.
as one little note flies around like a kite,
it wonders what's happening in new york tonight
뉴욕에서 조용한 콘서트가 시작된다. 다양한 컷팅으로 표현된 페이지의 일부를 찍어본다.


아침이 되어 『New York Melody』 에 센트럴 파크 등장.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속 센트럴 파트는 이런 모습이다.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청년. 페이지 사이에 보관을 위해 끼워져있는 트레싱지에 비춰진 그림자가 멋지다. 뒤에 어렴풋이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겠지? ( 그림자로 보니 더 어렵네.. 제대로 찍은 건가? )

